블러드 차일드

블러드차일드블러드차일드 - 8점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비채

오랜만에 읽은 SF 소설이에요.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이름만으로도 SF작가스러운 사람의 단편모음집입니다. 외계인과 인간의 문제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주인과 노예,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전환해 이야기를 풀어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백인 남성의 점령지와도 같은 SF문학계에 몇 안되는 흑인 여성 작가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계급의식이 작품에 투영되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착화된 계급을 받아들이는 피지배층의 모습은 섬뜩합니다. 그것이 스스로를 내어주는 굴욕의 관계이며 수치임에도 그 본질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마취시키면서 살아갑니다. 트가토이라는 우주 괴물이 내어주는 알을 받아먹으며 의식이 마비된 체 살아가고, 그에게 선택되길 바라며 그의 숙주동물이 되어 가는 블러드 차일드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은 시각적인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사회적인 관계와 구조 속에 짓눌러 붙어있는 내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요? 더위에 온도를 1~2도 정도 올려주는 작품입니다. 시원할 때 읽는 게 좋겠습니다.
http://yongpd.egloos.com2016-08-13T12:41:250.3810

화성에 버려진 로빈슨 크루소 `마션` Media

마션8점
화성에 홀로 버려진 최악의 상황에서 와트니는 생존을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프로메테우스2`의 제작을 미루고 서둘러 만든 것이 영화 `마션`이고 이 책은 그 영화의 원작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영화 텍스트와 소설 텍스트를 비교해보니, 영화 각색을 참 잘했다. 소설에서 영화로 옮기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공학과 화학, 우주에 대한 지식을 간략하게 추려냈고, 내용 중 불필요한 부분을 잘 버렸다.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나오는 `아이언맨` 부분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링이 될 테니 이만 하기로 하고.

과학 소설은 드라마와 스토리텔링에서 차이는 세계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와트니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인간은 유인 화성 탐색을 세 번 했고, 그 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보유한 상태이다. 이온 엔진이라는 새로운 로켓 추진력을 개발했고, 오줌을 비롯한 모든 수분을 재활용해 식용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이다. 현재의 인간이 개발한 과학적 지식에 상상력을 더해 와트니는 화성탐사가 가능한 세계를 만들었고, 그 후에 홀로 조난당한 우주인 와트니를 던져두었다. 그 이후는 드라마이다. 홀로 남겨진 와트니가 어떻게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작가 앤디 위어는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문제가 터지고 우주인 와트니가 어떻게 그걸 해결하는지 궁리한 후, 다음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식으로 글을 이어나갔고, 독자들이 모이자 아마존 킨들에서 싼 가격에 E-BOOK으로 판매했고, 그 후 정식 출판 계약을 한 모양이다.

어렵고 복잡한 일,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해결할 때의 요령은 미분(微分)하는 것이다. 큰 목표를 세우고 돌진하기 보다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은 목표, 내지 단기 목표를 세우고 하나 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 순간 큰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마션’은 읽으면 생존을 위한 당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와트니의 모습은, 살면서 위기와 장애를 넘어서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오늘 하루를 살아 넘겼더니, 지구에 돌아가더라. 그 사이에 농사도 좀 짓고’ 가 사실은 마션의 핵심적인 이야기이다. 영화만큼 소설도 재미있다.
http://yongpd.egloos.com2016-07-03T07:10:210.3810

사전 제작만이 능사일까? 드라마를 찍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작 관계자, 언론사, 방송사 내부에서도 사전 제작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쪽대본으로 말해주는 우리 드라마의 매우 급박한 제작 상황을 떠올려 보면 사전 제작은 아마 드라마 제작관계자 모두의 염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요원해 보이는 신기루 같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전 제작이 어느 순간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바로 중국의 사전 심의 기간을 맞추어야만 드라마의 중국 방송,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에서 먼저 방송하면 순식간에 불법 복제물이 중국의 웹사이트에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전 심의를 받고 중국과 동시에 방송해야 합니다. 중국 당국에 드라마 심의를 받으려면 1년 전에 기획안을 사전 중국 심의 후보작에 올려야 합니다. 6개월 전에 대본 심의를, 3개월 전에 저작물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조건을 맞추어야, 중국 방송에 판매, 또는 선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KBS의 '태양의 후예'가 대성공을 거두자 사전 제작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 제작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전 제작을 한다고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8년 방송한 <사랑해>, 2009년 <탐나는 도다>,  2010년 <로드 넘버원> 등 지금까지 사전 제작 드라마가 편성되었을 때 모두 결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애초에 드라마 대본의 경쟁력이 떨어져, 편성이 자꾸 미뤄졌는데, 제작사가 무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전제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한국 드라마는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시청자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드라마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수정하는 순발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한국 드라마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둘째,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완성도와 인간적인 제작 환경이 이루어지겠으나, 그것은 촬영 일수의 초과와 촬영 시간의 지연을 뜻합니다. 그로 인해 제작비의 과다 지출이 필연적일 수 있습니다. 셋째, 배우나 연출의 대본 수정에 대한 요구가 과해, 작품이 산으로 가는 수가 있습니다. 제작 일정이 타이트하는 것은 작가와 연출에게 그만큼 힘이 생긴다는 것을 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 제작의 경우, 작가의 대본을 너무 흔들어 작품의 톤과 매너가 흔들리기에 십상입니다. 넷째, 방송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 간접광고나 협찬 유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사전 제작의 장점은 위의 열거한 문제점보다 훨씬 많습니다. 배우와 스태프의 컨디션, 용두사미를 막을 수 있는 대본, 후반 작업의 충분한 시간 등이 사전제작의 장정입니다. 그러나, 한국형 사전 제작의 문화가 정착되어야지, 중국 당국의 심의를 위해 무조건 드라마를 사전 제작한다는 것은 제사보다 잿밥에 신경 쓰는 일과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전제작보다 대본의 사전 집필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본 만 미리 나와 있으면, 우리 스태프와 연기자는 같은 시간에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을 제작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심의 때문이 아니라, 우리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 대본 사전 집필제도가 가장 빨리 정착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시청자가 좋아해서 국외 시청자들도 우리 드라마를 좋아한 것이지, 그 반대의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윗 글의 내용은 저희 월화드라마 닥터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재미있어요, 닥터스)


p.s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다시 글을 씁니다. 
요즘 자발적 SNS 거부자들이 늘어 난다는데, 자꾸 필화사건이 생기는 트위터 탈퇴하고, 
글의 유통 기간이 짧아지는 페이스 북도 조심스러워집니다. 다시 블로그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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