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는 것, 안다는 것, 말한다는 것.

몇 가지 생각. 

첫째, 얼마 전에 한 선생님이 제게 '이PD님, 이제 공부 그만하시고 글을 쓰시죠.'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가까운 분은 제게 '왜 PD님은 책을 내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하셨습니다. 두 분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습관성 독서가이자 학생형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서 공부한 선구자의 품에 안겨서 편안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실제로 세상을 향해 제 생각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는 체는 하지만, 정작 알리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둘째, 안다는 것은 '내가 알기'에 아는 것일까요, '권위있는 누군가가 알기'에 아는 것일까요?  수동적인 공부에 익숙해져, 정작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빈약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학교, 명성, 선진국, 전문가 등 여러 권위에 의지하는 게 버릇이 되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말하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구요.

결국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공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책에서는 이렇다, 미국은 이렇다, Apple은 이렇다, 하바드는 이렇다', 대통령은 이렇다, 본부장은 이렇다, 사장은 이렇다'는 식으로 권위에 기대어 주장하면 제대로 된 해법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각각의 권위는 우리와는 다른 사회 문화, 경제 속에서 나타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특한 사회, 문화, 경제적 환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독특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신중히 들여다보고 해답을 내야 할 텐데, 그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정답지를 한 번 들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급변하는 시대에는 '책상형 인재' 보다는 '현장형 인재' 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현장형 인재'는 자기가 처한 문제를 좀더 절실히 들여다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현장형 인재'가 자기 생각을 가지고 조리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자기 생각을 말해본 지가 과연 언제인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을 퍼나르기만 했지...

블러드 차일드

블러드차일드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비채오랜만에 읽은 SF 소설이에요.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이름만으로도 SF작가스러운 사람의 단편모음집입니다. 외계인과 인간의 문제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주인과 노예,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전환해 이야기를 풀어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백인 남성의 점령지와도 같은 SF문학계에 몇 안... » 내용보기

화성에 버려진 로빈슨 크루소 `마션`

마션화성에 홀로 버려진 최악의 상황에서 와트니는 생존을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프로메테우스2`의 제작을 미루고 서둘러 만든 것이 영화 `마션`이고 이 책은 그 영화의 원작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영화 텍스트와 소설 텍스트를 비교해보니, 영화 각색을 참 잘했다. 소설에서 영화로 옮기면서 복잡하... » 내용보기

사전 제작만이 능사일까?

사전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작 관계자, 언론사, 방송사 내부에서도 사전 제작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쪽대본으로 말해주는 우리 드라마의 매우 급박한 제작 상황을 떠올려 보면 사전 제작은 아마 드라마 제작관계자 모두의 염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요원해 보이는 신기루 같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전 제작이... » 내용보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 김봉석 지음/북극곰영화 평론가이자 만화 평론가 김봉석의 `나의 대중 문화 표류기`는 독자의 나이에 따라서 감흥이 다르게 읽히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성장기를, 그가 지나온 인생의 주요 고비에서 만난 대중문화와의 합주를 통해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기에 비슷한 텍스트들을 만난 저로서는...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