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친인척

촬영만 들어가면 일정에 치어 세상에 없는 불효자, 형제가 되는 게 드라마 연출이란 직업입니다. 어쩌다 촬영 현장에 친인척이 찾아오셔도 제대로 환대를 못해드립니다. 얼마 전 [아내가 돌아왔다] 야외촬영장에 칠십이 넘으신 부모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 처가 어딘가에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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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년에 있었던 일.

한창 <일지매> 촬영 중일 때, 울 시누이가 가족들과 녹화현장에 다녀오셨다.
출연진들과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고 구경도 하고... 다녀오셔서 전화를 주셨다.

울시누: 가서 재미있게 구경 잘 하고 왔어. 근데말야....            
           다른 사람들은 다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는데,
           용석이는.... 별로 하는 일이 없더라?

나 : 네...??

울시누: 그냥 앉아서 "액션!" 하고 소리만 지르고 TV만 보던데?

나 : 아~ 그건 그냥 TV가 아니라 감독용 모니터예요.     
      그리고, 촬영현장의 모든 일들이 용석씨 감독 하에 진행되는 거예요.

울시누: 응. 근데 별로 힘들어 보이진 않더라.

<일지매>가 한창 방송 중일 때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시어머님 : 어휴, 어제도 너무 재밌더라~~

나 : 네 ^_^

시어머님 : 화면도 너무 아름답게 잘 찍고~~               
               근데 용석이가 언제 그렇게 사진찍는 걸 배웠는지 모르겠다.

나 : 네.....????? 

시어머님 : 촬영을 참 잘 하더라.

나 : (완전 어리둥절) 어머니, 촬영은....... 용석씨가 하는게 아니라 촬영감독이 하는건데요.

시어머님 : 그래? 난 지금껏 용석이가 직접 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얼마전 추석무렵.

시부모님께서 11월 방송될 <아내가 돌아왔다> 촬영현장에 다녀오셨다.
그동안 아들 일하는데 방해되기 싫으시다고 한번도 안 가셨던 터라
이번에 처음으로 촬영현장을 방문하신 거였다.

나 : 어머니, 촬영하는 거 보시니까 어떠셨어요?

시어머님 : 응, 아주 재미있더라                
               조민기는 화면보다 훨씬 멋있고, 강성연도 화면보다 너무 이쁘고....

나 : 네 ^_^

시어머님 : 근데 말이다.......                 
               용석이는 거기서 별로 하는 일이 없더라?   
                난 아직도 걔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울 시댁식구들..... ㅋㅋㅋㅋ
너무 무심하신거 아냐?  아님 너무 쿨하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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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에는 고모님이 친구분들과 방문하시는데 이번에는 일하는 티좀 팍팍 내야겠습니다.

by 용PD | 2009/10/26 08:13 | 좌고우면 | 트랙백 | 덧글(7)

틈새시장

TV 드라마에는 잘 사는 회장님들도 많이 나오시지만 그 만큼 서민들도 많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졌지만,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장소로 포장마차의 이미지는 여전합니다. 실제로 포장마차가 서민이 삶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착한 가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참 현대극을 촬영하러 돌아다닐 때 포장마차도 자주 등장하는 촬영장소였습니다. 시간은 부족하고 이동 장소가 많은 경우 저는 포장마차를 찾아 마포 등지로 돌아다니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술팀에게 포장마차를 제작하라고 하고 저희가 끌고 다니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또한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2004년이 되어 촬영 전문용 이동식 포장마차가 생겼습니다. 아마 한 번, 두 번 촬영용으로 임대 해주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틈새 시장을 발견하고 아예 촬영 전담으로 나서신 모양입니다. 촬영팀으로서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포장마차를 가져다주니 편리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물론 실제의 포장마차보다는 안주의 수가 많지 않아 그림이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포장마차에서 아름다운 영상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에 별 탈 없이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현장에 나타난 포장마차에는 허기에 지친 스탭들을 위해 뜨끈한 어묵 국물과 떡볶이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프로듀서로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될수 있으면 포장마차 장면을 하루 일정의 마지막으로 잡는 것입니다. 아직 촬영이 많이 남아 시간이 부족한데 스태프들이 때 아닌 야식 파티를 벌일 수도 있고, 발동이 걸려 소주 잔치가 열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촬영 전담 포장마차를 보면 저는 틈새시장이 생각납니다. 많은 포장마차들이 드라마를 위해 장소를 임대해 주었을 텐데, 이렇게 촬영 전담으로 나선 아주머니는 몇 분 안 계셨습니다. 아마 소일거리 삼아 부업으로 하시는 일이겠지만 틈새시장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낍니다.

프로듀서로서 제가 발견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중파 방송에 근무한다고 해서 제게도 틈새시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브로드(Broad) 캐스팅에서 내로우(Narrow) 캐스팅을 지향하는 것이 앞으로의 생존 전략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by 용PD | 2009/10/16 14:55 | Media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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