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7일
[음질] 무엇으로 음악을 들으세요?
음질이라고 한글로 써놓으니 잘 모르시겠지만 音質입니다. 이제부터 음질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합니다.

저는 카세트 테입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LP를 사고 듣는 일이 부의 상징으로 보이던 시절이었기에 항상 LP를 선망했지만 주로 카세트 테입이나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교시절 드디어 어머니를 졸라 턴테이블을 들였고 LP를 구입했습니다. 카세트 테입에는 본질적으로 따라오는 '스으으으~' 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있었는데 그 소리가 사라지자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LP를 듣기시작하자 '지글지글' 맷돌가는 소리라고 불리는 LP의 노이즈가 따라왔습니다. 원하던 음반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아 흔히 빽판이라 부르는 해적판을 많이 구입했습니다. 저는 청계천 황학동의 레코드 시장에서 구입했는데, 빽판들은 노이즈가 심해 간혹 튀지도 않고 음질이 좋은 것들을 구입하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빽판보다는 라이센스 LP가 음질이 좋았고, 라이센스보다는 오리지날 원반들이 훨씬 음질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음악과 음질에 대한 선망으로 대학생이던 87년에 이만 오천원이나 하는 원반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들었기에 좋은 음질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제 성향은 아마도 이 당시에 생겨난 모양입니다.
80년대초 우리에게도 CD가 들어왔습니다. 외국을 많이 다니시던 고모부께서 들려주시던 그 선명한 음질, 지글거리지도 않고 튀지도 않고 화이트 노이즈도 없는 CD의 탄생은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90년에는 두달간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Hitachi의 CD 플레이어를 37만원이나 들여 구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구입한 CD가 'Ozzy Osbourne'의 [Randy Rhoads Tribute]앨범과 '시인과 촌장'의 2집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LP로 가지고 있는 음반을 CD로 교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만큼 음악을 듣는 것이 재밌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CD로 음악을 들으면 '아늑하지 않다'고 표현했습니다. 제 주위에 진지하게 음악을 듣던 어떤 이는 CD에서는 '금속과 같은 음악소리가 난다'고 표현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자글거리면서 튀기까지 하는 백판의 소리를 그리워했습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다른 사람들도 CD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음을 안 것은 먼 훗날의 일입니다만, 단순히 신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 이상의 '느낌'이라는 것이 음악 감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지한 순간이었습니다. 선명한 음질 외에 다른 요소가 음악 듣는 즐거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세월을 건너 뜁니다. 어느 정도 살만해서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는 기계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이 직장이라 표준 신호가 무언지, 소위 말하는 방송용 스탠다드의 음질과 화질에 눈을 떴습니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오디오에 관심이 갖고 들어볼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 부분은 일단 건너 뛰겠습니다.
MP3 플레이어가 보급되었고 이제는 상식도 늘어 CD의 음질을 압축해 왜곡이 뻔히 예상되는 MP3는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한 훌륭한 분이 위의 MP3 플레이어를 선물해 주셔서 듣게 되었습니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CD로 자주 듣는 음악을 MP3로 리핑하여 듣습니다. 집안에 CD를 쌓아두고 안 듣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라도 자주 음악을 접하는 자신이 아주 대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날 심하게 소리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알고보니 CD를 MP3 파일로 변화시키며 아마 최저음질로 선택을 했던 모양입니다. 128Kbps 에서 320Kbps 사이의 음질 선택에서 최저를 골랐던 모양입니다. 자주 듣던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은 변화없으나 음악의 찰기와 윤기, 미묘한 쟌향들과 각이 없었습니다. 음질로 인해 음악 듣기의 즐거움이 훼손되는 경험을 오랜만에 다시 한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미디어로 음악을 들은 행복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조카는 그리고 자라나는 제 아들들은 잘못하면 MP3가 거의 유일한 음악을 듣는 수단이 될지도 모릅니다. CD의 음질도 부족하여 SACD, XRCD, HDCD, DVD Audio등이 나오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되지 음질이 무슨 문제기에 이렇게 썰을 길게 푸느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가지 실험을 제안합니다. 며칠간 좋아하는 CD음악을 최고 음질로 리핑하여 MP3로 들어보십시오. 그 다음 다시 최저 음질로 리핑하여 들어보십시오. 그 전과 후 자주 듣던 음악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인간의 청각은 생각보다 예민하답니다.(계속)


저는 카세트 테입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LP를 사고 듣는 일이 부의 상징으로 보이던 시절이었기에 항상 LP를 선망했지만 주로 카세트 테입이나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교시절 드디어 어머니를 졸라 턴테이블을 들였고 LP를 구입했습니다. 카세트 테입에는 본질적으로 따라오는 '스으으으~' 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있었는데 그 소리가 사라지자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LP를 듣기시작하자 '지글지글' 맷돌가는 소리라고 불리는 LP의 노이즈가 따라왔습니다. 원하던 음반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아 흔히 빽판이라 부르는 해적판을 많이 구입했습니다. 저는 청계천 황학동의 레코드 시장에서 구입했는데, 빽판들은 노이즈가 심해 간혹 튀지도 않고 음질이 좋은 것들을 구입하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빽판보다는 라이센스 LP가 음질이 좋았고, 라이센스보다는 오리지날 원반들이 훨씬 음질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음악과 음질에 대한 선망으로 대학생이던 87년에 이만 오천원이나 하는 원반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들었기에 좋은 음질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제 성향은 아마도 이 당시에 생겨난 모양입니다.



MP3 플레이어가 보급되었고 이제는 상식도 늘어 CD의 음질을 압축해 왜곡이 뻔히 예상되는 MP3는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한 훌륭한 분이 위의 MP3 플레이어를 선물해 주셔서 듣게 되었습니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CD로 자주 듣는 음악을 MP3로 리핑하여 듣습니다. 집안에 CD를 쌓아두고 안 듣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라도 자주 음악을 접하는 자신이 아주 대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날 심하게 소리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알고보니 CD를 MP3 파일로 변화시키며 아마 최저음질로 선택을 했던 모양입니다. 128Kbps 에서 320Kbps 사이의 음질 선택에서 최저를 골랐던 모양입니다. 자주 듣던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은 변화없으나 음악의 찰기와 윤기, 미묘한 쟌향들과 각이 없었습니다. 음질로 인해 음악 듣기의 즐거움이 훼손되는 경험을 오랜만에 다시 한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미디어로 음악을 들은 행복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조카는 그리고 자라나는 제 아들들은 잘못하면 MP3가 거의 유일한 음악을 듣는 수단이 될지도 모릅니다. CD의 음질도 부족하여 SACD, XRCD, HDCD, DVD Audio등이 나오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되지 음질이 무슨 문제기에 이렇게 썰을 길게 푸느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가지 실험을 제안합니다. 며칠간 좋아하는 CD음악을 최고 음질로 리핑하여 MP3로 들어보십시오. 그 다음 다시 최저 음질로 리핑하여 들어보십시오. 그 전과 후 자주 듣던 음악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인간의 청각은 생각보다 예민하답니다.(계속)

# by | 2008/02/27 22:29 | 좌고우면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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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랜만에 LP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질] 무엇으로 음악을 들으세요? 간만에 한가롭게 집에 있다가, 책장 한쪽에 모셔놓은 LP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LP를 한번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중,고딩 시절 가장 좋아했던 뮤지션인 '에어 서플라이' 베스트 앨범을 꺼냈습니다. 먼지를 털고 예전에 구멍나기 직전까지 들었던 LP를 턴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는 턴테이블은 10년 한참 넘은 버전입니다. '인켈'에서 만든 거더군요. 이미 턴테이블이 ......more
전 LP를 들어본적이 없어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지금 CD로 음악틀고 있다고 자랑스레 멘트를 날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알코올로 LP판 닦던 형 모습도... ^^
MP3는 최고의 음질을 선택해서 담아요~ 확실히 느끼거든요.. 용량에 따라서 음악을 담을수 있는수가 결정되는데 음악의 양보다는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때문에 저같은 경우엔 몇곡 못담아요...
음질은 가슴 안으로 파고드는 감성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것도 같아요...
음질이 섬세하고 풍부할수록, 음악을 받아들이는 온 몸의 감각점들도
그만큼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걸 느끼죠.
좋은 기기들은 포터블이 거의 불가능하니...일상에선 어쩔 수 없이 노트북 스피커를
애용할 수 밖에 없죠. 지난번 스피커가 맘에 들었었는데...새로 산 노트북의 앵앵거리는 음질을 이어폰으로 들을 때마다...맘에 안 드는 사람과 룸메이트가 된 느낌.^^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오래간만에 용피디님의 본연과 만나는 기분이라
참 좋군요.
일지매 방영일이 가깝게 다가왔다는 썰도 조금 들리더군요..^^
예정대로인든 앞당겨지든간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시는 감독님이 계시므로 촬영페이스도 잘 조절되리라 믿습니다.
어느 때이든 일지매가 방영될때는 거의 모든 사극이 클로징되는 타임이지요?!
대세를 제외하고는요.반사이익도 은근히 기대가 되네요.(바램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요.물론.)
요즘 추세를 본다면 소위 대박을 치는 사극이나 드라마의 공식은 의외로 [접근하기 쉽고,편안하게 보기에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절한 대중성과 대리만족을 일으킬수 있는 수위의 사회비판.거기에 흐드드한 영상미와 박진감이 더해진 사극이라면 일지매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추위도 많이 풀렸으니 촬영하시기가 편하시면 좋을텐데.
아마도 요즘 촬영에 여념이 없으실듯 하네요.
어떤 모습의 일지매일지 손꼽아 가며 첫방송일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답니다.
준기씨 팬덤은 늘 일지매를 응원합니다.
감독님.꽃샘추위에 건강 조심하셔요..감독님이 일지매의 중심이자 기둥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