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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Media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 10점
박재동 지음/한겨레출판

저는 박재동 선생은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신 만평을 읽던 독자였습니다. 그런데 박 선생의 부인이신 배우 김선화 여사를 촬영장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많이 초대하진 못했지만, 제 촬영장에서 항상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신 김 여사를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김 여사의 초대로 박선생의 손바닥 아트 전시회도 가보았고, 덕분에 가족사진같은 우리 가족 그림도 선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안으로 굽은 팔 같은 내용일 것입니다. 제가 맺은 사적인 인연으로 이 책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향수, 그리고 사람과 삶에 대해서 돌아볼 계기가 되어 준다면 좋은 일이겠죠.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는 박 선생이 지나가다 걸리는 대상을, 손에 잡히는 화구로 슥슥 그려낸 그림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림 일기 같고 어떻게 보면 시화(詩畵)같기도 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이 따뜻합니다. 여유롭습니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박 선생의 따스한 미소가 서려 있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마음 한쪽이 찡해오기도 합니다. 한겨레 만평에 녹아있던 풍자와 질타의 날카로움은 후라이팬에 버터 녹듯 사라지고 없습니다. 열기 아래 흐물흐물해진 버터, 그렇게 노릇노릇한 향기를 품어내며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에게 말을 건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과 얘기를 하고, 집 근처인 노량진 부근의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신세타령도 듣습니다. 가장의 의무로 굳게 핸들을 잡은 택시 기사의 뒷모습에 넋두리가 들려오고 화가는 한쪽 귀는 쫑긋 세운 체 슥삭슥삭 그림을 그립니다. 오지랖이 넓으셔서 방구석을 질주하는 바퀴벌레와도 대화를 하십니다. 바퀴벌레를 그릴 때 깔끔하신 멋쟁이 김선화 여사가 어떤 표정일지 생각해보고 저는 쿡쿡 웃었습니다. 아마 김 여사가 외출하셨을 때 몰래 그리셨겠죠. 때로는 이야기가 시처럼 여백을 채우고, 때로는 화가의 감상이 그림 한 귀퉁이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다 보고 나면 제가 만화를 본 것인지, 시를 읽은 것인지,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 본 것인지 헛갈립니다. 박 선생의 그림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보여 주었기에, 저는 반대로 제가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참 별일 없이 잘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 제게 이렇게 과분한 환경이 갖추어진 것에 싸르르한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대학생 시절, 한 세미나에서 '내가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라가 없어진 지 50년 가까이 지났다면 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사의식이 부족하다고 굉장히 혼이 났습니다. 그런데 박 선생의 그림 중에 아래의 것과 같은 게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보고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저는 아마 가운데에 있는 사람처럼 '요리조리 눈치 보며 대충 살다.'일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구요.

인생이란 것이 아주 사소한 결정 하나로 틀어지기도 하고 굽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고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겠지요. 이렇게 당연한 미비함을 인정할 수 있다면 삶과 사람의 관계가 훨씬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박 선생의 작품에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독자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다 스며들어 읽히는 모양입니다. 극우만큼 무서운 게 극좌라고, 굳은 머리와 경직된 사고로 모든 사안을 전투와 투쟁으로만 귀결시키는 로봇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런 경직된 마음들이 이 그림을 보면 다시 초심을 찾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선생의 솔직하고 겸손한 이야기를 들으면 보수마저 미소를 짓게 합니다. 길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쪽은 역시 폭풍 같은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태양의 열기이기 때문이겠죠.


박 선생의 손바닥 아트는 소박합니다. 그래서 여백이 있고 여유가 있습니다. 세상과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자세에 저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귀하다는 존경과 존중의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손바닥 아트를 읽고 있는 시간은 저에게는 묘하게 종교적인 체험과 비슷했습니다.

끝으로 저는 다시 한 번 밝히지만 박 화백의 부인 김 선화여사의 팬입니다. 연기자이자 화가이고 손재주에 능하셔서 본인의 의상을 직접 만들어오시기도 한 김여사의 부지런함에 놀라곤 합니다. 그 특별한 재능을 너무 잘 알기에, 특별한 역할을 고르다가 오히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하는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평소의 베풀어주심을 이 글로 대충 갚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는 꼭 구입하셔서 이 재미있는 그림들을 소장하시고 기분도 좋아지세요. 이상으로 팔이 안으로 굽은 서평을 마칩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림은 또다시...


http://yongpd.egloos.com2011-12-16T02:48:38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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