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Media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 8점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예담

사랑스러운 아내, 믿음직한 5학년짜리 아들을 둔 가장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다면, 그는 과연 남은 가족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란 제목은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제목만큼 자극적입니다. 이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펴보았는데 주인공이 방송작가이더군요. 별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많이 느끼고 많이 울컥했습니다.

22년 동안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작가로 일한 미무라 슈지는 어느 날 자신의 생명이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삶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남은 시간을 마치 쇼 프로그램 기획하듯 프로젝트화 시키기로 한 미무라는,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아내의 새 남편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렇게 아내의 남편 구하기 프로젝트는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가족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미무라의 프로젝트는, 아내의 남편감을 구하고, 그 남편감에게 아내와 결혼해 달라고 설득하고, 또 아내에게 그 남편감과 결혼해 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장애물이 가로막혀 있습니다. 미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소설에 크게 마음이 움직인 것은 아마 여러 가지로 제가 동일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일 것입니다. 아내와 자식을 둔 가장의 입장이고, 또 방송계에서 일한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제일 좋아했던 부분은 미무라가 가족이 왜 필요한지, 아내의 남편감에게 설득하는 장면이었어요. 미무라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어요.

식당에서 혼자 음식을 시키면 주문할 수 있는 메뉴의 개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둘이 시키면 2+1로 시킬 수 있는 메뉴가 늘어나겠죠. 셋이 시키면 3+2 정도로 맛볼 수 있는 메뉴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가족은 둘이 모여 셋, 넷으로 확장하면서 더 많은 경험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작가의 표현은 제 가슴에 와서 착 달라붙습니다.

결혼 후 아내로 인해 제 세계가 커졌습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새로운 세대와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화가 고목처럼 옛것에 매달리는 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족은 제 것을 강요하고 쏟아붓는 대상이 아닙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가장 친절한 창(窓)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했습니다.

제가 만일 이 주인공의 처지를 당한다면, 저는 아내의 남편감을 구하진 않을 것입니다.(질투는 나의 힘!) 하지만 생의 위기를 코미디로 승화시킨다는 미무라의 모토는 따를 것 같아요. 힘겹고 고통스럽게 병과 싸우기보다는, 가족과 친구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40대 아빠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http://yongpd.egloos.com2014-07-06T00:15:000.3810

덧글

  • Sun-Jin Jo 2014/07/08 19:27 #

    이용석피디님! 전에 <나미야 잡화점...>에 대해 올리신 글을 읽고 바로 책을 구입했었답니다.
    어제 밤에 '내게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책을 펼쳤고, 첫번째 chapter가 끝날 무렵, 제가 깔깔대고 있더라구요^^
    이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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