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작 관계자, 언론사, 방송사 내부에서도 사전 제작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쪽대본으로 말해주는 우리 드라마의 매우 급박한 제작 상황을 떠올려 보면 사전 제작은 아마 드라마 제작관계자 모두의 염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요원해 보이는 신기루 같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전 제작이 어느 순간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바로 중국의 사전 심의 기간을 맞추어야만 드라마의 중국 방송,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에서 먼저 방송하면 순식간에 불법 복제물이 중국의 웹사이트에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전 심의를 받고 중국과 동시에 방송해야 합니다. 중국 당국에 드라마 심의를 받으려면 1년 전에 기획안을 사전 중국 심의 후보작에 올려야 합니다. 6개월 전에 대본 심의를, 3개월 전에 저작물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조건을 맞추어야, 중국 방송에 판매, 또는 선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KBS의 '태양의 후예'가 대성공을 거두자 사전 제작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 제작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전 제작을 한다고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8년 방송한 <사랑해>, 2009년 <탐나는 도다>, 2010년 <로드 넘버원> 등 지금까지 사전 제작 드라마가 편성되었을 때 모두 결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애초에 드라마 대본의 경쟁력이 떨어져, 편성이 자꾸 미뤄졌는데, 제작사가 무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전제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한국 드라마는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시청자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드라마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수정하는 순발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한국 드라마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둘째,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완성도와 인간적인 제작 환경이 이루어지겠으나, 그것은 촬영 일수의 초과와 촬영 시간의 지연을 뜻합니다. 그로 인해 제작비의 과다 지출이 필연적일 수 있습니다. 셋째, 배우나 연출의 대본 수정에 대한 요구가 과해, 작품이 산으로 가는 수가 있습니다. 제작 일정이 타이트하는 것은 작가와 연출에게 그만큼 힘이 생긴다는 것을 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 제작의 경우, 작가의 대본을 너무 흔들어 작품의 톤과 매너가 흔들리기에 십상입니다. 넷째, 방송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 간접광고나 협찬 유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사전 제작의 장점은 위의 열거한 문제점보다 훨씬 많습니다. 배우와 스태프의 컨디션, 용두사미를 막을 수 있는 대본, 후반 작업의 충분한 시간 등이 사전제작의 장정입니다. 그러나, 한국형 사전 제작의 문화가 정착되어야지, 중국 당국의 심의를 위해 무조건 드라마를 사전 제작한다는 것은 제사보다 잿밥에 신경 쓰는 일과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전제작보다 대본의 사전 집필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본 만 미리 나와 있으면, 우리 스태프와 연기자는 같은 시간에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을 제작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심의 때문이 아니라, 우리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 대본 사전 집필제도가 가장 빨리 정착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시청자가 좋아해서 국외 시청자들도 우리 드라마를 좋아한 것이지, 그 반대의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윗 글의 내용은 저희 월화드라마 닥터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재미있어요, 닥터스)
p.s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다시 글을 씁니다.
요즘 자발적 SNS 거부자들이 늘어 난다는데, 자꾸 필화사건이 생기는 트위터 탈퇴하고,
글의 유통 기간이 짧아지는 페이스 북도 조심스러워집니다. 다시 블로그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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