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고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드라마를 찍다

방송인은 방송사고를 한두 번쯤은 겪습니다. 불쑥 찾아오는 밤손님 처럼 방송 사고가 일어납니다. 저도 두어 번 사고를 경험했습니다. 조연출 시절, 극 중의 운동선수가 샤워하는 장면에서 한 배우의 음모가 노출되었습니다. 가편집, 편집, 효과 더빙, 색 보정, 최종 믹싱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다섯 번은 그림을 보았고, 매 단계별로 스태프들이 관여했음에도, 사고가 났습니다. 저는 문제 부위의 노출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방송 후에 구설수가 일었습니다만, 당시만 해도 인터넷과 캡처 문화가 없어서, 사건은 대충 무마되었습니다. 이후에 스태프들에게 노출되었던 것을 알았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그 부분을 알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연출이 알아서 처리하려니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EP로서 관리자가 되어서도 사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내용에 사람을 납치하고 땅에 파묻고, 고개만 내놓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대본 심의에서 지적이 되었으나, 제작진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는지 그냥 촬영을 해왔습니다. 심의부장이 제게 내려와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저는 담당 PD를 불러서 경고했습니다. 담당 PD는 워낙 그 부분이 양이 많아서 잘라내면 방송 분량이 모자란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저는 설마 이게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에 적발이 될까 하는 안이하게 생각했습니다. 제작진의 하소연에 '최대한 완화시켜라'라고 두루뭉술한 지시를 내리고, 다른 업무를 보았습니다. 이게 적발이 되어, 나중에 위원회에 출두하는 곤욕을 치렀습니다.

두 사례를 곱씹어 본다면 사건의 배후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담당 PD로서 배우의 치부를 발견하지 못한 제 무심함이 있었습니다. PD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스태프들의 책임 전가가 있었습니다. 방송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제작진의 현실적인 타협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넘어가겠지라는 관리자로서의 안이함이 작용했습니다. 다시 말해 제작 담당자들의 무심함, 책임 전가, 현실적인 타협, 안이함 등이 골고루 작용해 걸러야 하는 내용이 방송되고 만 것입니다. 

이런 사고를 겪은 후부터 저는 스태프들에게 최대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씁니다. 민주적인 분위기가 조직의 창의성을 북돋아 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만, 스태프들이 제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아무리 방송이 급해도 아니다 싶으면 붉은 깃발을 올리고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방송 단계에 그 누구라도 자신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의 품위와 질을 방어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사람의 안이함과 무신경이 모여서 방송 사고가 터지기 때문입니다. 시청률과 분초를 다투는 제작 상황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우리들입니다. 곡예사가 줄타기를 99번 성공했어도, 한 번 떨어진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사고입니다. 

SBS에서 최근 방송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분노한 시청자와 함께 고통받았을 담당자들의 상실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겪고 저는 '사명감'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방송인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사명감은 무엇일까? 시청률과 제작비, 수익이라는 눈 앞의 목표에 시야가 좁아져서 우리가 가져야 할 사명을 망각한 것은 아닐까요. 방송사 구성원이 지향하는 '목표와 '사명감'에 대해 합의가 있고, 그 중요성에 공감한다면, 누구라도 목표와 사명감에 어긋났을 때 과감하게 깃발을 들고 조직에 경고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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