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다시 만난 세계> 종방 소감 드라마를 찍다

2017 SBS의 7월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가 끝났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죽은 사람이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다는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12년 후에 갑자기 돌아온 '성해성'이란 캐릭터가 나왔습니다. 성해성(여진구 역)이란 친구가 12년만에 돌아와 자신의 죽음으로 상처입고 살아가던 정정원(이연희 역)을 비롯해 가족과 친구들을 치유해주고, 몇 개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드라마였습니다

처음 드라마의 기획안을 읽고 연출자 백수찬 PD에게 다시 나타난 '성해성'이란 존재가 뭔지 대답이 준비되어 있냐고 물었습니다. '유령'인지, '빙의'인지, 아니면 '살아있는 좀비'인지 제작진은 그 해답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연출자가 제게 한 대답은. 어떤 것을 절실히 원한다면, 나타나서 도와주는 '천사' 같은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제 고정 관념 속에 천사는 등 뒤에 날개가 달리고,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존재였는데 '다만세'의 '천사'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삶은 항상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산 사람은 죽음을 남의 일인냥,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합니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죽음을 삶과 함께 맞닿게 하는 기획이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아쉬웠지만, 저는 '다시 만난 세계'의 도전적인 기획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이를 간절히 기다리면, 간혹 그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상상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았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아주 느린 드라마였습니다. 보통의 드라마가 A4용지 35장 정도로 대본이 나오는데, 이 드라마는 29페이지에서 32페이지였습니다. 그렇게 적은 페이지 수를 가진 대본으로도 매주 분량이 넘쳐 5분 이상을 쳐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양이 많았는데 왜 이렇게 심심했어?'하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궁색합니다만, 악을 쓰지 않고, 천천히 또박또박 대사를 전하는 그런 리듬은, 최근의 드라마 유행에는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달랐습니다.

드라마의 내용과 관계없이, 시청하는 동안 제게 '천사'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살면서 당한 여러 차례의 위기의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저를 헌신적으로 도와준 분들이 제게는 '천사'였던 것 같습니다. 연락도 자주 못하지만, 과거 한 차례 저에게 천사의 손길을 보내 준 그 분들은, 제게는 그들이 천사인지도 모르고 삶을 살아가고 계시겠지요. 저도 아마 누군가에게 천사와 같은 날갯짓을 살짝 했을 수도 있고요. 서로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은 없어지더라도 업보처럼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삶의 뒷면에 죽음이 단단하게 붙어 있으니, 평생 살 것처럼 살지 말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 말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천사는 될지언정, 악마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시 만난 세계'가 끝났습니다. 다음 주에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방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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