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

무식하면 용감합니다.

조연출 시절, 한 배우를 다른 드라마와 같은 시기에 출연하도록 캐스팅했습니다. 그런데, 그 배우의 스케줄이 좋지 않아, 제 드라마 촬영에 지장이 있었습니다. 혈기를 참지 못해, 상대 드라마의 제작진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연기자의 스케줄이 꼬이는 이유가, 드라마 주인공 집이 전라남도 광주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뜸 도대체 왜 주인공 집은 광주에 잡아서,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키냐고 짜증을 냈습니다. 그때, 저를 바라보던 상대 제작진의 황당한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들의 마음의 소리는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무식하면 용감하구나."

배우의 스케줄이 아무리 꼬여도 그렇지, 타 드라마 촬영지가 광주이든, 서울이든 그건 제가 상관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제 사정을 얘기하고, 협조를 구해서 스케줄을 뽑으면 되는거지, 그 드라마의 연출과 제작 영역을 침범해선 안되는 것이거든요.

소설가는 비평가의 비평문이 마음에 안든다고 수정하거나 철회를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소설이란 텍스트는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독자나 비평가의 시선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소설가가 쓴 소설 'A'와 독자가 읽은 소설' A' 는 전혀 다른 의미와 맥락을 지니는 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생명과 의미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가가 비평가에게 전화를 걸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너의 비평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정하거나, 철회해달라'고 요구한다면 비평가인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겠습니까?

제가 비평가라면 제 마음의 소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구나"

참, 위에 언급한 상대 드라마는 '모래시계'였습니다. 광주에 있던 주인공의 집은 고현정이 연기한 윤혜린과 박근형 선생이 연기한 윤재용 회장의 집이었습니다.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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