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김씨표류기'는  표류하는 한국 영화의 긍정적인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한국 영화들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 앉았습니다. 돈줄이 굳은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내실이 충실한 영화가 나온 것은 새로운 희망의 탈출구를 발견한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용불량에 여자친구마저 떠난 김씨(정재영 분)는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김씨의 자살 시도는 불발로 끝나 황당하게도 한 강 복판에 자리잡은 밤섬에 불시착합니다. 수영도 못하고 휴대전화의 밧데리도 떨어진 김씨는 어쩔 수 없이 밤섬의 로빈슨 크루소가 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표류하는 김씨의 모습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낙오 당한 사람의 상징적 그림으로서 참 적절해 보입니다.

섬에 갇힌 김씨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방에 자신을 가두고 수  년째 외출하지 않은 처녀 김씨(정려원 분)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처녀 김씨는 인터넷으로 사이버 캐릭터를 만들면서 현실의 삶을 대신합니다. 처녀 김씨의 은둔하는 삶은 표류하는 남자 김씨를 발견하면서 구원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작가이자 연출인 이해준의 재치가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대도시 안에서 무인도에 고립된 아이러니적인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 언제든지 소외될 수 있는 현대인의 두려움을 자극했습니다. 블랙 코미디로서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김씨표류기'를 본 많은 이들은 이구동성 '좋은 영화, 가치 있는 영화'라고 칭찬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 망설여집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문제점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극복하면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내 김씨의 본질적인 문제는 신용불량상태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무인도에서 얻은 생존기법으로 김씨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했을 경우입니다. 영화의 결론을 보니 주인공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외로움에서 벗어나 소통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았습니다. 이런 면에서 '김씨 표류기'는 주인공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작가가 던진 질문과 관객에게 들려준 대답이 엉뚱한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김씨표류기'는 한국 영화의 나아갈 바를 보여주었습니다. 할리우드가 만들지 못하는 우리 나름의 정서가 녹아 들어 있습니다. 이런 '짜장면 정서'가 우리의 살길입니다. 충무로의 제작자들은 '김씨표류기'를 교과서로 삼아야 합니다. '김씨표류기'가 흥행에서 선전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한국 영화가 관객과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 희망입니다.

by 용PD | 2009/05/21 23:59 | Media | 트랙백 | 덧글(4)

이누가미 일족

이누가미 일족 - 8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재벌 이누가미 사헤가 죽으면서 남긴 유언장은 이누가미 일족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예상과는 달리 세 명의 외손자에게 유산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누가미 사헤는 그가 존경하던 은인 다이니의 손녀 다마요가 배필로 택한 외손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주는 특별한(?)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그가 이렇게 복잡한 유언장을 만든 이유는 소설 후반부에 알 수 있습니다. 

이누가미 사헤가 이복으로 낳은 세 명의 딸과 그 아들들은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려 긴밀한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패전 직후 귀환하는 첫째 손자 스께끼요가 그로테스크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탑니다. 과연 첫째가 진짜 스께끼요인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일족들로 점점 이야기는 흥미로워집니다.

2차 대전에 일본이 패한 직후를 시대로 씌였고 소설이 나온 시기도 비슷한 때인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의 이끼가 얹혀져 있는 만큼 최근 추리소설과는 작법에 차이가 보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과 관찰자의 시점을 오가는 작중 화자의 목소리가 오랜만이라 혼란스럽습니다. 사촌 간에 결혼할 수 있다는 일본의 제도가 한국 독자들에게 어색한 기분을 주기도 합니다. 예상 외로 당연한 범인이 나와 작가와의 '범인 찾기 게임'에서는 저는 오히려 무릎을 끓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끊임없는 사건과 그 연결고리 때문에 연속극의 다음 회를 몸달아 기다리는 것처럼, 독자들을 계속 유인해 다음 장을 넘기게 합니다. 아마 잡지에 연재한 이야기라서 이런 구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년 탐정 김전일이 항상 할아버지라고 주장하는 탐정이 이 소설에 소개된 긴다이치 코스케라고 합니다. 탐정으로서는 머리를  긁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잘 기억하고 주어진 정보를 종합하여 분석하는 탐정으로서의 전형성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소설에 없는 괴기함이나 섬뜩함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20/100)

by 용PD | 2009/05/19 19:59 | Media | 트랙백 | 덧글(0)

일지매 본가에 다녀오다


오랜만에 일지매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예산에 있는 추사 고택입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코 흘리고 기침 하며 촬영했는데,
다시 제 몸이 과민 반응을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들고 다니던 매화가 사라져 훵해 보입니다.
두 형제가 나란히 서 있는 곳이 용이와 은채가 앉아있던 매화나무가 있던 자리입니다.
제 큰놈이 올라서 있는 돌은 은채가 나무에 올라가기 쉽게 저희 미술팀이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여러모로 고생하셨던 담당자 분들을 휴일이어서 못 뵌 게 아쉬웠습니다.
들르시는 분들이 아직도 일지매 얘기를 하셔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아직 일지매를 기억하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추사 어른 폐 많이 끼쳤습니다.
 
조만간 제천에도 한번 다녀 올랍니다.

by 용PD | 2009/05/14 19:54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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